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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운영하게 된 형사들이 있다. 주변을 속이기 위한 잠복이었으나 치킨은 너무 잘 팔리고 형사의 본업은 잊혀 간다. 뜻밖의 천직을 발견한 그들의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개봉과 동시에 흥행돌풍을 일으켜 천만관객을 끌어모은 웃음 가득한 영화이다.
애물단지 마약반
마포경찰서 마약반은 밀수 중간책인 환동이를 잡기 위해 도박장을 기습한다. 그러나 기습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의 어설픈 작전으로 바로 노출되고 만다. 창밖에 매달린 형사를 보고 환동은 무능하다고 비웃으며 도망간다. 형사들을 피해 도주하던 환동은 달려오는 마을버스에 치여 전치 14주가 나오고 그 여파로 16중 추돌사고가 난다. 어설프고 무능력해 사고만 치는 마약반 일원들은 서장에게 질책을 받고 동료팀 강력반에게도 무시당하기 일쑤다. 이 날 고반장(류승룡)의 후배인 강력반 최반장은 마약계의 거물 '이무배'와 깡패 '상필'이 결탁했다는 것을 알고 마약반과 강력반이 공조해서 사건을 해결하자며 손을 내민다. 어떤 성과라도 내야 했던 마약반은 곧바로 잠복에 착수한다. 이무배 일당 근거지 앞의 치킨집에서 치킨만 먹으며 며칠을 정찰한 결과 마침내 이무배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체포를 위해서는 증거를 수집하면 된다. 그런데 은신처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음식 배달원이 손쉽게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이거다 싶은 형사들은 치킨집 배달원으로 위장해 들어가려 하는데 가게 주인은 하필 오늘이 장사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 다급해진 팀원들은 치킨집을 인수하자는 의견을 내고, 방법을 모색하지만 자금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
형사인가, 닭집 사장인가 - 뜻밖의 천직
다음날, 설상가상으로 실적이 없는 마약반을 해체시키고 고반장은 산하지원팀으로 좌천된다는 통보를 받는다. 한편 마약반 팀원들은 가게를 팔려는 치킨집 사장을 붙잡고 시간을 끌고 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고반장은 어쩔 수 없이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을 인수한다. 이렇게 이들은 치킨집을 근거지로 도청도 하고 미행도 하며 잠복을 이어간다. 그러나 장사가 안돼 가게를 판다는 치킨집 사장의 얘기와 다르게 자꾸 손님들이 몰려든다. 손님들에겐 매번 닭이 다 떨어졌다는 핑계를 대고 돌려보낸다. 하지만 더 이상 동네사람들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치킨을 튀겨 팔기로 한다. 수원에서 부모님이 갈빗집을 운영하고 있는 마형사(진선규)를 주방장으로 세우고 급한 대로 장사를 시작한다. 후라이드만 잘 만들어 팔려던 이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양념치킨 주문이 쇄도하자 또다시 난관에 봉착한다. 마 형사는 유일하게 만들 줄 아는 갈비양념을 후라이드에 입혀서 내보내고 손님들에겐 '수원 왕갈비통닭'이라고 둘러댄다. 그런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게는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형사들은 본업과 부업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장사가 너무 잘돼 큰돈을 벌게 된 고반장은 아내에게 명품을 선물하며 오랜만에 가장 노릇을 한다. 이렇게 치킨장사를 이어가던 어느 날 잠복을 하던 영호(이동휘)는 이무배 쪽의 수상한 정황을 포착하고 팀원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가게가 너무 바빠 아무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영호 혼자 미행을 시작하고 갈림길이 나오자 결국 놓치고 만다. 가게로 돌아와 연락을 받지 않던 팀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지만 다른 팀원들도 가게일로 힘들다며 하소연하기 바쁘다. 한편 중간매매상 환동의 부재로 유통에 문제가 생기자 이무배는 정실장에게 겁을 줘 직거래 루트를 확보하게 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형사들은 손님의 발길을 끊기 위해 치킨 가격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올려버린다. 그런데 오히려 황제치킨이라고 소문이 나며 손님이 줄기는커녕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이어진다.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경찰서장이 팀 해체를 통보하는데 이때 드디어 기다리던 이무배의 은신처에서 배달주문이 온다. 마약반은 정신없이 달려와 비장한 마음으로 치킨을 들고 잠입을 시도한다. 하지만 주문을 한 사람은 건물 주인이었고 이무배 일당이 오늘 이사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된 고반장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정말 치킨집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방송출연을 거절당한 피디가 앙심을 품고 보복성 방송을 내보내 치킨집 마저 망할 위기에 처하고 마약반 팀원은 모두 정직을 당하고 만다.
역시 본업은 형사
며칠 후 정 실장이란 사람이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며 이들에게 접근한다. 정 실장은 이 치킨집을 이용해 전국에 분점을 만들어 제품 운반 통로로 활용하려는 이무배의 조직원 중 한 명이다.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형사들은 기대한 대로 분점이 늘어나고 사업이 잘 풀리자 운영에 더 힘쓴다. 그리고 이무배 일행은 원활한 제품 유통을 위해 테드창을 찾아가 제조와 유통을 각각 맡아 동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치킨 사업이 잘되던 이때 이무배의 패거리로 구성된 한 분점에서 싸움과 운영미숙으로 구설수가 오르내린다. 분점에 대한 조사를 하다 자신들의 통닭이 이무배의 마약 유통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분한 마약을 치킨 소금봉지에 넣어 배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 형사는 혼자 조사를 위해 분점에 들어갔다가 이무배의 조직원들에게 잡히고 만다. 이무배는 마형사가 경찰이라는 것을 알아버리고 빠져나갈 준비를 한다. 형사들은 마 형사를 구출하러 가지만 정신을 차린 마 형사는 조직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린다. 마 형사는 유도 국가대표 출신이었다.
곧이어 이무배와 테드 창의 접선 현장을 목격하고 다급하게 팀원들에게 문자를 보내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급한 대로 마 형사는 휴대폰으로 사이렌소리를 울리는 기지를 발휘하고 이무배와 테드창의 일행은 서로 싸움이 붙는다. 드디어 마약수사반이 도착하고 고반장을 비롯한 마약반은 숨은 실력을 발휘해 조직원들을 모두 제압한다. 역대급 공로를 인정받은 마약반은 전원 특진을 하며 다시 형사로 돌아간다.
흥행돌풍을 일으킨 웃음 바이러스
극한직업은 제작비의 15배 이상을 벌어들인 대박 중의 초대박을 기록한 영화이다. 두 번 세 번 봤을 정도로 참 잘 만든 영화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 눈 팔지 않고 제대로 만든 코미디 영화'라는 평이 있을 만큼 군더더기 없이 웃음 포인트에만 집중한다. 황당한 설정 없이 전체 스토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깨알 재미들까지 챙긴 것이 가장 강점이다. 정통 오락영화란 이런 것임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연출스타일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독창적으로 살아있고 역할의 표현 또한 어느 누구 모자람이 없다. 유쾌, 상쾌, 통쾌함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 한 편으로 충분할 것이다. 형사들의 잠복 수단이 치킨집이라는 설정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데 일단 우리나라는 치킨집이 참 많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이 또 치킨 집이기도 하다. 고 반장이 정직을 당하고 나서 결국 할 수 있는 게 치킨집뿐이라는 상황은 웃픈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코믹하게 풀어냈지만 불철주야 애쓰는 형사들의 노고와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제목이 극한직업이라는 것도 그들의 중의적인 표현이다. 액션과 범죄, 로맨스까지 골고루 장착한 팔방미인 영화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