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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타파하기 위한 청춘 남녀의 연애가 시작된다. 비록 시작은 데이팅앱이지만 독특하고 신선한 요즘스타일 연애를 엿볼 수 있다. 내숭 따위는 없다. 솔직하고 화끈한 로맨스에 빠져보자.

연애가 서툰 남자와 연애가 잘 안 되는 여자

자영(전종서)은 일도 연애도 맘대로 되지 않는 지금 스물아홉의 혈기왕성(?)한 여자이다. 잘 다니던 방송국을 퇴사하고 팟캐스트 사업을 하겠다며 정부지원을 신청해 놓고 반백수로 생활하는 중이다. 최근 쓰레기 같은 남자 친구와 헤어진 후 호기롭게 연애 은퇴를 선언했지만 금세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 휘몰아친다. 이 와중에 첫사랑의 결혼소식이라니. 괴로워하던 자영은 일주일 안에 남자를 꼬셔 뜨거운 밤을 보내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리하여 데이팅 앱을 설치하고 남자를 물색하기 시작한다.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이라니 요즘 스타일답게 흥미로운 전개다. 앱을 통해 만날 남자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만들어진 사진과 자기 소갯말로 예쁜 여자와 매칭되길 바라는 남자들 중 '가장 성병 안 걸리게 생긴 남자'라는 이유로 우리(손석구)가 자영에게 선택된다. 박우리(손석구)는 잡지사 직원으로 회사 선배를 짝사랑하지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숙맥이다. 연애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우리에게 섹스칼럼을 써야 하는 업무가 떨어지고, 여자라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 데이팅 앱에서 자영을 만나게 된다. 자영과 우리는 한 번 두 번 친구처럼 만나 속얘기를 터 놓고 스킨십도 자연스러워지며 가까워지지만 둘의 관계는 연인은 아닌 묘한 사이이다. 우리는 자영과 만났던 경험담을 칼럼으로 써냈고 사실적인 묘사와 내용으로 인해 사내에서 큰 호응을 얻는다. 편집장은 기세를 몰아 5부작 시리즈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우리는 난처해하면서도 자영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며 칼럼을 연재한다.

화끈하지만 귀엽고 유쾌하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아슬아슬해진다. 우리와 자영의 관계는 분명 호감 그 이상의 깊은 사이로 발전해 가지만 자영은 본인의 이야기가 칼럼으로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언제 들킬지 몰라 보는 사람은 내내 마음을 졸인다. 꼬리가 길면 밟히듯 결국 자영에게 칼럼의 실체가 들통나고 자영은 우리에게 큰 배신감을 느낀다. 사랑으로 시작된 사이는 아닐지라도 나였다면 역시 큰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자영은 고소한다고 소리치지만, 이게 현실이라면 고소뿐이겠는가. 사람에 따라선 살의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후반부는 스토리의 힘이 다소 떨어지지만 직설적인 대사와 현실감 있는 각본, 캐릭터들의 케미, 유머코드 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자영과 우리가 술 마시며 하는 대화들은 직설적이며 자극적인 대사들이 참 많은데, 그게 저속하거나 경박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요즘 세대의 자유분방한 화법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쪽이 더 맞을 것 같다. 두 배우의 매력과 호흡이 중요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전종서와 손석구의 캐스팅은 매우 잘 어울린다. 둘의 술 마시는 장면들은 또 왜 그리 멜랑꼴리 한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젊은 청춘들의 썸에 가슴이 간질간질하며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이 영화가 흔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가장 큰 이유는 야한 베드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 포인트가 영화를 유쾌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인데, 극 중에서 우리가 써낸 섹스칼럼에는 섹스가 없지만 큰 인기를 얻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람을 말로도 죽일 수 있다고 하던가. 이 영화는 찰진 말 맛이 100분을 끌어가는 힘이다. 커플이나 부부사이라면 기막힌 애드리브로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5세 관람등급이라기엔 매우 노골적이고 강렬한 대사가 난무하니 부모와 자녀 간, 또는 이제 막 시작하는 수줍은 커플은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등장인물 소개

22년도의 가장 뜨거운 배우를 꼽으라 한다면 '손석구'와 '전종서'가 빠질 수 없다. 이 둘이 커플인 영화가 있었다니 단번에 호기심을 유발했다. 손석구는 '범죄도시 2'와 '나의 해방일지'에서 다소 거칠고 강한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번엔 다소 숙맥이면서 능청스러운 매력을 가진 역할을 완성시켜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외모가 꽃미남 스타일은 아니지만 조연 때부터 뭔지 모를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몇 년 사이 탑배우로 올라섰다. 손석구는 대학시절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며 연기와 연출을 공부했다.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무명생활을 거쳐 TV 드라마 조연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비중이 크지 않은 역이지만 매력 있는 연기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전종서 역시 영화 '버닝'이나 '콜'에서의 강렬하고 독특한 느낌과는 다르게 영화 속 자영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다. 전종서의 재발견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찬하고 싶은 찰떡같은 캐릭터이다.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데뷔한 뒤 칸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은 혜성 같은 배우이다.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표현력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단번에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종이의 집 한국버전에서 도쿄를 연기해 다시 한번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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