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갑자기 들이닥친 시한부
세연(염정아)과 진봉(류승룡)은 아들, 딸 남매를 키우는 평범해 보이는 부부이다. 진봉은 아내에게 막말도 서슴지 않는 무뚝뚝한 남편이다. 세연은 남편의 불만과 아이들의 짜증을 모두 받아내는 헌신적인 엄마이자 아내이다. 건강검진 결과를 들으러 간 날 진봉은 아내가 폐암에 걸려 고작 두 달 밖에 생이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 착잡하고 괴로운 마음과 달리 진봉은 세연에게 평소보다 더 짜증과 화를 낸다. 시한부 아내에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막 대하는데 병을 빨리 감지하지 못한 자신과 아내에 대한 화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상태를 알고 난 뒤부터 세연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것저것 정리하며 일상을 보내지만 자신의 마지막 생일까지 가족들에게 무시당하자 이렇게 생을 마감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세연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행하기로 하고 그중에서 첫사랑 찾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동아리선배 정우오빠를 찾기 위해 구청공무원인 남편에게 이름과 생년월일을 알려주지만 주소를 알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고향인 목포에 가서 예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기로 한다. 진봉은 불만 가득한 얼굴과 툴툴거리는 말을 하면서도 세연과 함께 목포로 향한다.
남편과 함께 찾는 첫사랑
목포에 갔지만 정우에 대한 흔적은 많지 않았다. 동네 어르신께 정우아버지가 일하는 곳에 대해 듣고 그곳을 찾아 다시 정우가 방송국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방송국에 찾아갔더니 정우는 이미 방송국을 그만둔 상태였고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정우의 집을 찾아낸다. 떨리는 마음으로 정우의 집에 찾아간 세연은 여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기대했던 소식과는 달리 정우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는다. 보길도에 내려와 살며 낚시를 하다가 배가 뒤집혀 물에 빠졌다는 것이다. 황망함과 슬픔에 빠져 있는 세연에게 여동생은 오빠가 첫사랑을 많이 그리워했다는 말을 하며 유품을 가지고 와서 보여준다. 유품 속에는 첫사랑과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사진 속의 여학생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절친이었던 현정이었다. 여동생은 사진 속 첫사랑이 세연이 아님에 놀라고 옆에 있는 진봉은 폭소를 터뜨리며 세연을 놀린다. 첫사랑을 찾는다며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사실이 귀찮고 맘에 들지 않았던 진봉은 급작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고등학교 시절 세연과 절친이었던 현정은 정우를 좋아하는 세연에게 정우가 바람둥이에 다른 여자와 양다리를 걸쳤다는 이야기로 세연의 마음을 접게 하려는데 그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고 세연과 현정은 절교를 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정우는 세연이 아닌 현정을 좋아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현정이 세연을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웃픈 첫사랑의 추억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 진봉은 몰래 파티를 준비한다. 무심하고 인정머리 없는 남편이지만, 자신을 위한 잔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아내의 말을 기억해 내고 세연과 리마인드 웨딩을 올리려 한다. 진봉과 세연은 하얀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세연의 가족들, 친구들을 비롯해 아내가 보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을 불러 손님을 맞는다. 이 중엔 절친이었던 현정도 있다. 자신이 건강한 모습일 때 그리운 얼굴들을 보고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는 세연의 말에 모두 눈물이 글썽이지만 이내 즐겁게 놀다 가자며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댄스파티가 벌어진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인사를 받은 세연은 이제 진봉이 그녀의 첫사랑이라 말한다. 진봉은 이제 두 아이들과 함께 세연이 없는 일상을 보낸다.
소감
작년 개봉한 이 영화는 한국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이다. 창작곡이 아니라 기존의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어 옛 추억이 떠오르며 가슴이 몽글해짐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시도의 영화라서 신선함이 있고 주크박스라는 말 그대로 지나간 노래를 듣는 재미가 아주 크다. 노랫말과 영화의 내용은 매우 잘 어우러진다. 다만, 뮤지컬 영화라 말하기엔 영화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진달까 싶은 애매한 구석이 많다. 일단 주연 배우들에 있어 류승룡과 염정화는 연기력이 좋은 배우이다. 하지만 노래를 잘하는 배우들은 아니다. 연기도 되면서 노래도 잘하는 배우들이라면 더 감동이 크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간중간 노래가 나올 때 음악으로 인해 더 감동이 와야 하는데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우가 많다. 굳이 뮤지컬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음악적인 부분에서 배우들의 노고에 비해 결과물은 좀 아쉽다고 보인다. 높은 수준의 영화를 기대한 게 아니라면 가볍게 즐길만한 요소는 물론 있다. 주옥같은 노래들의 선곡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고 영화의 색감이 참 따뜻하다. 남은 내 인생과 가족에 대한 생각도 한 번씩 하게 되고 바삐 달리던 일상에 잠시 서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스토리에 있어선 남편의 캐릭터성이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 초반에 아픈 아내를 두고 저렇게 막 대하는 남편의 모습에 울화가 치밀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결국 그도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었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남편의 태도가 이유 없이 급반전이고 사실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 부분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어색함을 느꼈던 것 같다. 영화는 첫사랑을 찾는 여정에 초점이 있는 것처럼 보여주지만 사실 긴 여정을 함께 하는 사람은 결국 지금 내 옆사람이라는 현실을 깨닫게 한다. 옛사랑을 찾는 그 시간 속에 현재 사랑하는 이와의 추억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뭉클함과 감동을 더한다. 새로운 느낌의 영화를 보고 싶다면 감상하시는 것 추천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