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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마법입니다. 기적과도 같은 권능이기에 우리는 그 신비한 힘을 동경합니다. 인류가 무수히 많은 신화나 마법사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 온 워드는 마법과 같은 신비한 하루를 경험하는 형제의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합니다.
마법의 돌을 찾아서
원래 이 세계는 마법이 가득한 세상이었지만,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과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마법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원했습니다. 그 결과 과학이 발전하며 일상이 편리해지고 마법을 잊어버린 지금의 세계가 완성됩니다. 이 세계는 서로 다른 종족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앨프나 켄타우로스, 오크 같은 종족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 지구촌이라 불리는 현재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전사의 심장을 지녀 매사에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형 발리와, 켄타우로스 경찰 남자친구가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이안은 소심하고 소극적인 아이입니다. 우연히 만난 아버지 친구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듣게 된 이안은 당당한 아버지를 닮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꾸기로 합니다.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운전면허 따기, 친구들을 생일 파티에 초대하기, 아버지처럼 되기를 목표로 삼지만 이안에게는 어느 하나도 쉽지 않습니다. 태어나서 아버지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안은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데 엄마는 이 모습이 안쓰러워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생일선물로 건네줍니다. 그 안에는 하루동안 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마법의 주문과 지팡이가 들어 있습니다. 형 발리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지팡이를 마구 휘둘러 보지만 주문이 통하지 않습니다. 마법이 통하지 않자 풀 죽은 이안은 아버지의 편지를 읽으며 무심히 주문을 읊어보는데, 이안의 마법은 통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형체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아쉽게도 미숙한 능력 탓에 아버지의 몸은 하반신만 살아나고 맙니다. 형제는 아버지를 온전히 되살리기 위해 새로운 피닉스 젬(마법의 돌)을 찾아 나섭니다.
단 하루의 기적
형제에게는 단 하루의 시간만 주어졌습니다. 24시간 안에 젬을 찾아야 마법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하루의 시간은 현실에서의 제한된 조건과 같습니다. 내일도 반복될 것 같은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은 예고 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안과 발리의 사이도 그렇습니다. 발리의 고집으로 하루의 시간을 거의 다 써버린 채로 돌을 찾지 못하게 되자 이안은 형에게 한심하다며 울분을 터트립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의 곁에는 아버지 대신 늘 형이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안에게 발리는 곧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발리에게서 들었고 아버지와 하고 싶었던 놀이도 발리가 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에 아주 잠시 아버지를 온전히 소환했을 때도 발리를 통해 아버지의 포옹을 전해 받습니다. 발리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가장 크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안과 아버지는 결국 만나지 못했지만 형을 통해 전해진 아버지의 마음은 더욱 감동을 크게 만들고 울컥하게 합니다. 우리들 역시 세상을 살면서 헤어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잠시라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마법 아닌 어떤 것이라도 해보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일에 대한 갈망보다 내 결핍을 채워주고 보듬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을 먼저 알아야 할 것입니다.
가족을 위한 용기
영화의 절묘하고 탁월한 요소는 발리에게는 마법의 재능이 없지만 이안에게는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안의 마법이 완전하지 못해 아버지가 몸의 반만 되살아나는 부분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그것이 직접적인 대화를 할 수 없는 아버지와 이안의 그리움과 감동을 더욱 높여주는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영화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가족을 위한 용기입니다. 이안은 고대하던 아버지와의 만남을 코 앞에 두고 형을 위해 그 시간을 양보하고 드래건에 맞서 싸웁니다. 자신이 싸우지 않으면 형조차 아버지를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심하고 나약했던 영화 초반의 이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어설펐던 다른 마법과는 다르게 드래건에게 제대로 마법을 사용해 물리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강렬한 염원과 의지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애틋해진 이안과 발리의 모습은 아버지가 남기고 싶었던 진짜 유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유치하지 않은 감동 애니메이션을 원한다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