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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의 목격
경수(류준열)는 뛰어난 침술 실력을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맹인이다. 아픈 동생을 돌봐야 하지만 빛이 있는 낮에는 전혀 앞이 보이지 않고 밤이 되면 흐릿하게 볼 수 있다. 어느 날 궁의 침술사를 뽑기 위해 나온 어의 이형익(최무성)에게 침술을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때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가 조선으로 돌아온다. 8년 만에 돌아온 세자는 병색이 완연했는데 인조는 이런 아들을 반기지 않는다. 청에서 신문물을 접한 세자는 조선의 발전을 위해서 청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인조는 이미 망한 명나라와의 끈을 놓지 않고 세자와 갈등을 빚는다. 인조는 세자가 청을 등에 업고 왕위를 노린다고 오해하며 아들을 경계하고 미워한다. 세자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한 인조는 결국 어의 이형익에게 은밀하게 세자를 독살하도록 지시한다. 경수는 세자의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상궁의 부름을 받고 이형익과 함께 세자의 처소에 들어간다. 어의는 학질이라는 병명으로 상궁들에게 약을 지어 오라고 모두 내보내고 순간적으로 어두워진 찰나를 틈타 독침으로 세자를 죽이고 그 순간을 경수가 목격한다. 세자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으나 모르는 척 돌아갈 수밖에 없다. 돌아가는 척하던 경수는 세자를 살리기 위해 다시 돌아갔지만 이미 세자는 죽은 뒤였다. 여기저기 세자의 몸을 살펴보던 경수는 정수리에서 미처 뽑지 못한 독침 하나를 발견하고 그걸 뽑아서 달아난다. 하지만 급하게 도망치다 무릎에 상처를 입고 이형익에게 뒷모습을 들키며 세자를 죽인 누명을 쓰게 된다. 죽음의 위기에서 목숨을 건지기 위해 강빈(세자빈)을 찾아가 어의가 세자를 독살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강빈은 사실을 알려 사건을 바로잡겠다며 인조를 찾아가 고하지만 그곳에서 인조가 세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열하고 만다.
소현세자의 죽음
올빼미는 이미 개봉하기 전부터 많은 기대감을 모았다. 한국에서 사랑받는 장르 중 하나인 역사물에 유해진, 류준열을 필두로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출연진 라인업이 있기 때문이다. 세자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에 목격자가 맹인이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인조의 장남인 소현세자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이다. 소현세자가 죽던 밤과 동이 트는 새벽 사이에 일어난 긴박한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이 고조된다. 역사적 사실은 실록에 새겨진 단 몇 줄 뿐이고, 나머지 이야기는 상상으로 결합한 팩션이다. 소현세자의 죽음이라는 팩트와 맹인 침술사의 허구의 캐릭터를 더해 역사적 사실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광기 어린 인조역할의 유해진과 맹인침술사역의 류준열 연기가 아주 볼만하고 사운드와 스피디한 전개 등이 스릴러에 걸맞은 쫄깃함을 선사한다. 공포스러운 장면이 없음에도 굉장한 긴장감을 주니 심장 약하신 분들은 유의해서 관람해야 할 것 같다.
역사 속 사실
조선왕조에서 사도세자와 더불어 비운의 왕세자로 회자되는 인물이 바로 소현세자이다. 소현세자와 관련한 가장 큰 의혹은 바로 그의 죽음에 있다. 그가 독살되었다는 주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소현세자는 인조의 장남으로 태어나 14세의 나이에 세자로 책봉되었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8년 만에 귀국하였지만, 귀국한 지 두 달 만에 사망하였다. 오한으로 병을 치료받은 지 불과 4일 만이었고, 그의 나이는 고작 34세였다. '인조실록'을 보면 소현세자의 죽음에 대해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라는 기록이 있어 독살로 추정되지만, 다른 연구에는 지병 악화로 인한 돌연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의문사이다. 공식적인 병명은 학질인데 요즘은 말라리아라고 한다. 하지만 증상을 보면 독살이 분명하다. 돌연사에 가까운 소현세자의 죽음은 당시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자식의 죽음을 대하는 인조의 태도는 더 의아했다. 대신들이 어의 이형익을 처벌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간청했으나 인조는 그런 일은 다반사이므로 굳이 처벌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게다가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례마저 박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간소하게 했으며 그 예법마저도 세자의 지위에 걸맞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소현세자의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