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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은 2016년에 나온 이탈리아의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리메이크작이다. 스마트폰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비밀이 있다. 그 은밀한 사생활을 알게 되는 것이 과연 모두를 행복하게 할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30년 지기 친구 넷이 있다. 이들은 집들이를 위해 한 집으로 모여든다. 석호와 아내 예진이 새 집을 장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식사를 하며 게임을 하기로 한다. 스마트폰을 다 꺼내서 저녁 식사 시간 동안 걸려오는 모든 전화 메시지 이메일을 다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사생활을 전부 오픈하게 되는 것이다. 이 진실 게임으로 여기 모인 7명의 진짜 속마음이 드러난다. 석호(조진웅)는 가슴 전문 성형외과 원장이다. 병원 개업에는 장인의 도움을 받았고 아내 예지(김지수)는 정신과 의사이다. 잘 나가는 의사부부는 공부 잘하는 딸까지 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인다. 준모(이서진)와 세경(송하윤) 부부는 아직도 연애하는 것 같은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태수(유해진)와 수현(염정아)은 지나치게 가부장적인 남편과 수동적인 아내의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 친구 영배는 유일한 미혼이다. 게임은 시작되고 각자의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가장 처음 휴대폰이 울린 사람은 태수이다. 태수에게는 밤 10시만 되면 야한 사진을 보내주는 12살 연상의 여자가 있다. 이 일로 부부사이가 소원해지고, 괜스레 불륜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태수는 문자가 공개될 위기에 처하자 같은 기종의 휴대폰을 쓰는 친구 영배와 폰을 바꿔 그에게 뒤집어 씌운다. 예진에게 걸려온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예진의 아버지가 사위인 석호를 얼마나 경멸하고 무시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고, 수현 역시 뒤에서 예진 욕을 하고 있었다는 것과 시부모님과의 갈등도 드러난다. 영배의 문자로 수위는 점점 높아진다. 영배에게 온 연인의 문자로 그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데 태수가 휴대폰을 바꿨으니 태수가 동성애자가 오해받고 수현은 충격을 받는다. 사랑꾼인 준모는 바람피우는 사실과 그 상대가 임신까지 했다는 것이 폭로된다. 이 사실을 듣고 예진이 준모의 뺨을 때리는데 임신한 여자 외에 예진과도 부적절한 사이였다. 모두의 비밀이 폭로되고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진다.
완벽한 타인의 삶
친구라는 것이 무엇일까? 인생을 살다 보면 친구사이라는 게 가끔은 난해하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모두 학창 시절이나 과거의 몇 가지 사건에 머물러 있다. 늘 그걸 되풀이하면서 추억을 팔고 서로 안부를 묻는 정도에서 끝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불필요한 소모적인 관계이다. 더구나 친구에게 털어놓은 비밀이 결국 내 살 깎아먹는 일이 되기도 한다. 가깝지만 멀고 의지하고 싶지만 피하고 되고, 서로를 평가하고 과시하고 멸시하는 남보다 못한 이상한 관계일 때도 있다. 어쩌면 인간관계라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아무 의미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와 친구의 정의에 대한 적나라한 질문을 던진다. 겉으로 보이는 얄팍한 인간관계의 비밀, 그것이 완벽한 타인의 정체이다. 하지만 관계라는 것이 어쩔 수가 없다. 모든 이들이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것이 관계를 유지시키는 비결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와 약간의 위선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관계들이기 때문이다.
감상평
영화는 재미있지만 뒤로 갈수록 펼쳐놓은 스토리를 정리할 수 없게 된다. 캐릭터들의 설정도 개성이 넘치고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을 100% 소화한 것 같다. 하지만 재미와 갈등구조를 위해 사건을 키우다 보니 모든 인물들이 모두 망가지나 싶을 정도로 일이 커져버렸다. 그래서인지 결말은 이 모든 것이 상상이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실제로는 게임을 하지 않은 것이다. 급작스러운 뒷 정리가 다소 아쉽긴 하지만 이 작품이 훌륭한 영화인 것은 완벽에 가깝게 인간관계의 허망함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각본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주고받는 대사들로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트릭들도 재미있다. 인물들의 주고받는 눈빛에도 복선이 깔려있고 예사로운 것이 하나도 없이 탄탄한 전개를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훌륭하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유해진인데 신경질적이면서 가부장적인 인물을 매우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이서진 역시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경박한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준다. 7명의 인물들이 순수하게 이야기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연출방식이 참 독특한데 예상외로 몰입도가 꽤 높다. 가벼운 코미디 영화지만 그 안에 묵직한 질문을 담고 있어 요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