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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치 아담스>는 의학에서 유머와 연민의 힘을 믿는 사람인 헌터아담스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사명감으로 살아낸 헌터의 인생은 누구보다 위대합니다. 이상주의적인 의사의 삶을 보여주며 의사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과 가치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정신병원에서 싹튼 의사의 꿈
이야기는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헌터가 우울증과 극단적인 행동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병원에서 헌터는 동료 환자들을 보며 그들 각각의 사연이 있고 그들에게서도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는 병원에 있는 동안 동료환자들에게 유머와 친화력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됩니다. 그중 한 명은 헌터에게 구멍을 메워 고치는 의미로 패치라는 별명을 지어줍니다. 환자로서의 경험은 패치 아담스가 신체뿐만 아니라 정서적이고 영적인 치료를 추구하게 되는 초석이 됩니다. 2년 후 놀랍게도 패치는 의대생이 됩니다. 정신병원에서의 깨달음으로 늦깎이 대학생이 된 것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딱딱하고 차가운 정통 의학에 회의감을 느끼며, 수련을 받는 동안에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틈틈이 환자들과 소통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찾아 나갑니다. 하지만 이런 패치를 동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는 의사로서의 철학을 유머와 재치로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서서히 환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게 됩니다. 패치가 짝사랑하던 카린도 그의 열정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녀도 패치와 함께 환자들을 위한 선행을 시작합니다. 같은 길을 가는 시간 속에서 카린과 패치의 사랑도 깊어갑니다.
진정한 의사의 길
이제 패치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문턱을 낮춘 무료진료소를 개원하기로 합니다. 산속의 낡은 집을 개조해 뜻이 맞는 친구들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치료해 줍니다. 하지만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의도와는 달리 정신이상 환자에 의해 카린이 목숨을 잃고 맙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카린에 대한 상실감을 견디기 힘든 패치는 진료소를 닫으려 하지만 문득 자신이 택한 길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패치의 행동은 화제를 모으며 호응을 받았지만 그는 아직 의대생 신분이었습니다. 아직 직접 환자를 치료할 수 없음에도 진료소를 개원했기 때문에 징계의 위기에 처하고 법정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패치는 자신이 생각하는 의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패치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진정한 의사란 환자의 죽음을 막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향상하고 기쁨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패치에게 도움을 받고 희망을 찾은 환자들이 찾아옵니다. 패치는 이미 의대생이 아닌 진정한 의사의 길을 걷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패치는 소송에서 이겨 진료소를 다시 열고 그 후 꾸준히 의사의 길을 걸어 지금까지 1만 5천 명이 넘는 사람을 치료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일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의사인 네 명의 친구가 병원에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이상적인 따뜻한 의사로 그려지며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패치아담스가 바로 그런 의사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권위적이지 않은 친구 같은 의사, 웃음을 주는 의사로 사실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내면까지 들여다보려 애쓰는 패치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입니다. 마음을 열지 않던 환자마저 결국 마지막 가는 길에 편안히 눈감는 장면에선 울컥할 정도로 마음을 울립니다. 한국은 입시의 중심에 늘 의학대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적이 된다면 모든 학생들이 의사가 되어 싶어 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과연 졸업 후 의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 중 패치 아담스와 같은 의사가 몇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대학병원에 진료를 가면 10초 진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의사와 대면하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당연히 존재합니다. 어쩔 수 없는 시간의 제약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권위적인 태도와 딱딱한 말투, 필요이상의 대화는 하지 않는 차가움은 많은 사람들이 한 번씩 경험했을 것입니다. 몸이 아파서 갔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고 돌아오는 일은 겪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의사는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더구나 의학은 아무나 공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위대한 길을 가는 그들이 사소한 태도나 언행으로 큰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환자와 상호작용이 많을수록 의사의 감정노동이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대해야 하는 특성상 의사 역시 감정노동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직업입니다. 업무 중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해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꼽았습니다. 가장 높은 감정노동을 하는 의사는 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해서 의사의 감정노동을 완화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필요한 것이 현대 의학의 현실입니다.